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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이 내게 준 삶의 지혜 - 김경수 레이서

사막이 내게 준 삶의 지혜

사막, 오지레이서  김경수

여러분은 이제껏 인생을 살아오면서 크게 낙담하거나 좌절을 경험해 본 적이 있는지요? 무엇을 시작해 보기도 전에 쉽게 포기하지 않으셨는지요? 학창시절에 공부를 하거나 청춘의 꿈을 펼치기 위해 무언가 새롭게 준비하는 과정에서 혹은 이성을 향한 풋풋한 감정을 처음 다짐처럼 꾸준히 유지하며 지내왔다고 자부할 수 있는지요? 아마도 대부분은 그렇지 못한 것이 사실일겁니다. 저는 평범한 직장인이면서 지난 10년 넘게 지구상 곳곳의 사막과 오지를 넘나드는 조금은 독특한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 인생의 40대에서 사막과 오지 레이스를 빼놓고 이야기 하기는 정말 곤란합니다. 2003년 4월, 북아프리카 사하라사막 횡단을 시작으로 중국 고비사막과 투루판 분지를, 칠레의 소금사막으로 원주민들조차 접근을 꺼려하는 지구상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아타카마사막을 그리고 황사의 근원지인 쿠부치사막과 남아프리카의 나미브사막과 피쉬 리버 캐니언을 건넜습니다. 2010년 8월에는 중국 서역의 타클라마칸사막과 최근 시민혁명으로 민주화의 꽃을 피운 이집트의 사하라사막을 넘어 호주 중서부 엘리스스프링에서 530km 아웃백 레이스 그리고 인도 중서부 뮤나 지역의 정글과 미국 그랜드캐니언 271km와 히말라야 부탄까지 횡단 한바 있습니다.

사막마라톤 대회란?

사막하면 대게 아름다운 모래언덕과 석양에 비치는 몇 마리 낙타 무리의 실루엣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사막이 생각만큼 그렇게 낭만적이지 못합니다. 사막의 모래바닥을 유심히 드려다 보면 동족을 뜯어먹는 메뚜기 떼의 살육과 자신을 지키기 위해 독을 뿜어내는 전갈의 모습에서 문명사회만큼이나 냉혹한 약육강식의 이면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사막 레이스는 작열하는 태양과 불을 뿜는 열사 위에서 펼쳐집니다. 보통 선수 자신이 15kg이 넘는 장비와 식량을 짊어지고 6박7일 동안 250km가 넘는 거리를 달려야 합니다. 물론 외부의 도움 없이 제한된 시간 안에 정해진 구간을 통과해야 하는 서바이벌 경기입니다.  코스는 모래폭풍과 대협곡, 빙하가 흘러내리는 계곡과 호수 그리고 산악과 대평원, 분지와 능선 등도 반드시 거쳐야 합니다. 인간의 한계를 요구하는 극한의 레이스에서 가끔 시각장애인의 손을 잡고 그의 눈이 되어 함께 달리기도 합니다.

사막을 찾는 이유

주변 사람들은 제게 적지 않은 경비와 시간에 위험까지 무릅쓰고 왜 그 멀고 위험한 곳을 찾아 나서냐고 묻습니다. 처음에는 호기심과 열정이 저를 사막으로 이끌었습니다. 하지만 사막과 오지에는 거친 모래와 불을 뿜는 열사 외에도 인간의 이성과 야성을 넘나들며 축소된 인생의 희로애락과 삶의 지혜가 살아 숨 쉬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결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소중한 자산으로 제 몸속에 녹아들어 있습니다.

사막이 내게 준 삶의 지혜

진정한 인내

사람이든 동물이든 고통이 심해지면 이상행동을 합니다. 사막에서 레이스가 시작되면 선수들은 혹독한 대자연에 압도되어 첫날부터 거의 패닉상태에 빠지기도 합니다. 2003년 4월에 찾아간 사하라! 낮에는 작열하는 태양과 모래폭풍이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밤에는 추위와 졸음을 참아내며 자갈밭 광야와 능선을 넘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수백 미터의 엄청나게 높은 모래 산 빅듄들이 길목마다 버티고 서있었습니다. 그것은 ‘넘지 못하는 자에게는 절망의 장벽이요, 넘어서는 자에게는 희망의 언덕’이었습니다. 처음 사하라 횡단을 위해 그렇게 철저하게 준비했던 모든 것은 경기 첫날 다리 부상과 함께 무용지물이 되었지만 사하라사막은 내게 진정한 인내가 무엇인지를 알려 주었습니다. 레이스에서 선수들을 가장 힘든 것은 어깨를 찍어 누르는 배낭의 무게입니다. 배낭의 하중은 허리와 하체로 이어지고, 발바닥은 물집이 터지면서 만신창이가 됩니다. 고통을 견뎌내지 못한 선수는 자신의 식량을 모래 속에 버리거나 경기를 포기할 궁리를 찾습니다. 하지만 그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캠프에 들어오면 풍성한 만찬을 즐길 수 있습니다. 배낭의 하중을 버텨낸 자에게 주어지는 특권인 것입니다. 저는 여기서 중요한 사실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인생의 짐을 쉽게 내려놓지 마라!”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인생을 살다보면 갖가지 시련과 좌절을 겪게 됩니다. 하지만 이 어려운 시기를 잘 견디어 내면 그에 걸맞은 소중한 결실이 주어진다는 사실입니다.

선택의 지혜

10여 년 전 주변사람들은 사막으로 떠나는 저를 보고 미친 짓이라고 비아냥거렸습니다. 아내마저 저를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믿고 제가 선택한 길을 갔습니다. 표식도 없는 사막과 오지에서는 숱한 갈림길에서 고민하게 됩니다. 칠흑같이 어두운 사막의 밤 한가운데서 한번 길을 잃게 되면 극도의 긴장 속에서 두 세 시간을 헤맵니다. 2005년 4월, 모래폭풍이 불어대는 고비사막의 춥고 깊은 밤, 사막의 한가운데서 시각장애인과 함께 레이스를 하다 길을 잃었을 때 흙먼지와 땀으로 뒤범벅이 된 채 무릎 꿇고 기도했습니다. ‘하나님, 저의 발길을 당신 뜻대로 내딛게 해 주옵소서.’ 그리고 다시 일어나 앞선 선수들의 족적을 찾기 위해 흙바닥에 코를 막고 수백 미터를 기다 기적적으로 다시 주로를 찾았습니다. 인생의 매 순간도 선택의 문제에 직면 합니다.

영국이 낳은 세계적인 문호 셰익스피어는 '무언가를 결정하기 전에 최대한 주변 사람의 말에 경청하라! 하지만 결정은 스스로 하라!'고 말했습니다. 잘못된 선택은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하고, 먼 길을 돌아 인생을 허비하기도 합니다. 어린 시절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어른이 되어서는 남들이 부러워하던 직장에 사표를 던진 후의 결과는 저를 한 동안 ‘지각인생’으로 살게 했습니다. 지혜로운 선택이 필요합니다. 지혜로운 선택, 올바른 선택이 설사 우리의 미래를 보장해 주지는 못할 지라도 후회 없는 삶과 더 낳은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기반은 될 것입니다.

정도를 가라.

힘들면 누구나 요령을 생각합니다. 우리의 일상을 조금만 드려다 보면, 눈앞에 보이는 이득을 위해서 혹은 좀 더 쉬운 길을 쫓아 이리저리 몰려다닙니다. 하지만 사막은 내게 정도를 가라합니다.  2011년 5월, 전 세계 사막과 오지 마라톤 분야에 23명의 최강자들이 호주 중서부 엘리스스프링스에 모여 10일간 530km 레이스를 벌였습니다. 이 대회 또한 자신의 장비와 식량을 짊어지고 달려야 하는 서바이벌 경기입니다. 첫날부터 암벽에 긁혀 살점이 떨어져나가고 온 대지가 뜨겁게 타들어가는 불기둥 속을 뚫으며 달렸습니다. 레이스가 계속 될수록 몸은 부서지고 인간의 감성은 온대간대 없이 사라져버립니다. 낮에는 타는 열사와 파리 떼로, 밤에는 추위와 들짐승들의 엄습에 몸을 도사려야 했습니다. 선수들은 살아남기 위해 먹고, 달리기 위해 먹었습니다. 그리고 살아남기 위해 달렸습니다.

레이스 9일과 10일째! 8일 동안 4백km을 넘게 달려 체내의 모든 진이 빠진 상태에서 선수들은 극한의 한계를 넘어 피니쉬 라인으로 다가서는 마지막 129km의 주로에 섰습니다. 한발 한발이 작두 위를 걷는 듯 한 고통이 발바닥에서 전해오면서 인간의 모든 의식과 잡념마저 몰각시켰습니다. 자신을 모두 던져버리지 않으면 완주는 꿈도 꿀 수 없었습니다. 엄청난 모래 산을 넘거나 울퉁불퉁한 광야의 자갈길을 지날 때에 머리는 곧게 가라고 신호를 보내는데, 너무 힘들다 보니 다리는 좀 더 편한 길을 쫒아 갈 지之 자로 왔다 갔다 합니다. 달려온 길을 되돌아보면 지렁이가 기어 온 것처럼 가관입니다. 오히려 더 오래 걸리고 힘들게 달려온 것입니다. 남을 속이는 것보다 자신을 속이는 사람이 가장 불행한 사람입니다. 자신에게 떳떳한 삶, 정도를 가다 보니 2006년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 31일자 중앙일보에 제가「이 사회에 감동과 희망을 준 324명에 선정」되었습니다. 기사의 제목은 이렇습니다. ‘당신이 우리사회의 내비게이션! 이었습니다.’ 어떤 자극보다 제 자신을 올곧고 바르게 살아가도록 힘이 되어준 격려였습니다.

극한의 레이스를 멈추지 않는 이유

사막과 오지를 향한 도전의 회차가 거듭될수록 자만할 수도 있지만, 저는 그 험난한 장도에 오를 때마다 단 한 번도 완주를 장담한 적이 없습니다. 다만 저를 지탱해준 힘은 처음 사막으로 향했던 그때 그 도전과 열정이 제 마음속에서 늘 ‘처음처럼’ 살아 있기에 완주가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Sleep now, you will be dreaming, Study now, you will be achieving your dream.' 미국 하버드대 도서관 벽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다고 합니다. 세계적인 스타가 된 가수 비도, 반기문 UN 사무총장도 비슷한 말을 했습니다. ‘잠자는 자 꿈을 꿀 수 있지만, 깨어 있는 자 꿈을 이룰 수 있다’고요. 사막과 오지로의 여정은 올림픽 경기처럼 온 국민을 열광시키거나 성대하지 않습니다. 언론과 방송에서도 별반 관심이 없습니다. 완주 메달도 올림픽 메달처럼 부와 명예가 따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제까지 달려온 레이스를 아직 멈추고 싶지 않습니다. 앞으로도 사막과 오지를 향해 언제까지 또 어디까지 달려갈지 그 끝도 사실 알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지구상 더 깊고, 더 높고, 더 먼 곳을 향하려는 열정이 마음속에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기 때문입니다.

마무리

모래밖에 없는 황망한 사막에서도 마음먹기에 따라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척 많습니다. 모래 속에서 사금을 걸러낸다고 하지만 사막에는 황금보다 더 소중한 삶의 지혜가 살아 숨 쉬고 있었습니다. 힘겨웠던 사막 레이스의 기억은 차츰 희미해져 가지만 저의 삶을 강하고 풍요롭게 하는 밑거름이 됩니다. 우리는 역경에 처할 때 자신을 둘러싼 환경 모두가 불리한 것으로만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고난의 현실을 긍정적으로 받아들 수 있다면, 사실 그것은 몸과 마음의 병을 고칠 수 있는 힘과 약이 됩니다. 약이 몸에 쓰듯이 역경은 잠시 몸을 힘들게 하고 마음을 괴롭지만 그것을 잘 참고 다스리면 많은 이로움을 얻을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