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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의 가족상 - 김병욱 소장

우리 사회의 가족상, 인생의 힘인가, 짐인가?

주)킴스정보전략연구소장   김병욱



현대는 부모의 능력이 곧 자녀의 경쟁력이라고 일컬어질 만큼 부모들의 역할이 중요해진 시대이다. 자녀 교육에 대한 우리나라 부모들의 강력한 영향력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그래서 이 시대의 부모상을 대변하는 다양한 신조어들이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있다.

'강남엄마'는 엄마와 관련된 신조어 중 가장 선배격이다. 강남엄마의 등장 배경은 1970년대 강남 개발과 맞물려 전통적인 명문 고등학교들이 강남으로 이전하면서부터 생긴 용어다. 1976년 경기고를 시작으로 휘문고와 중동고, 서울고, 경기여고, 숙명여고 등이 강남으로 옮겨왔다. 흔히 말하는 강남 8학군의 시작인 것이다.

특히 유명 학원들이 대치동으로 몰리면서 '사교육 1번지' 대치동에 사는 강남엄마들은 '대치동엄마'로 불리게 됐다. 대치동엄마의 특징은 ‘교육 전문가’를 뺨칠 정도의 전문지식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단순한 극성 엄마를 뛰어넘어 아이의 미래까지 디자인하는 유능한 매니저 엄마로 평가받는다. 대치동엄마의 등장과 함께 '목동엄마', '동부이촌동엄마', '분당엄마' 등 교육열이 뜨거운 지역의 이름을 딴 새로운 용어들도 탄생했다.

이들은 모두 대학교 이상의 높은 학력을 가진 여성들로 교육에 관한한 고급 정보를 찾아다니고 가정을 자신의 둘째 직장으로 여기며 자녀를 가르치는 일이 곧 자신의 커리어로 생각한다. 기업을 경영하듯 자녀 교육을 관리하는 셈이다.

이처럼 자녀의 재능을 발굴해서 탄탄한 정보력으로 체계적인 학습을 시키는 유형의 엄마를 '알파맘(Alpha Mom)'이라고도 부른다. 이와 반대로 '베타맘(Beta Mom)'도 생겨났는데 이는 자녀 스스로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옆에서 조언해주는 유형의 엄마를 가리킨다.  또 헬리콥터처럼 항상 자녀의 주위를 맴돌며 교육을 위해서라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모든 것을 챙겨주는 엄마를 '헬리콥터맘'으로 불리며 이같은 헬리콥터 부모의 품속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자녀를 속칭 '캥커루족'이라고 부른다. 이에 더해 부모라는 단단한 껍질 속으로 숨어버린다는 뜻으로 '자라족'도 있다. 일본에선 기생충(Parasite)과 미혼(single)이 합쳐진 '패러사이트 싱글족'도 이와 비슷하다.

한편 또 다른 애칭으로 귀찮은 직장생활을 일찌감치 포기하고 부유한 부모에 의지해 살아가는 자녀를 'M&F(Mother & Father) 펀드족'이라고도 부르고 영국에선 이들을 '키퍼스(Kippers)'라고 부른다. ‘Kids in Parents's Pockets Eroding Retirement Savings(부모의 퇴직연금을 좀 먹는 아이들)’의 줄임말이며, 캐나다에서는 취업난 때문에 부모 품으로 다시 돌아오는 '부메랑 키즈'까지 등장하고 있다.

미국에는 '트윅스터(Twixter) 세대'도 있다. Between의 고어인 Betwixt에서 파생된 이 용어는 나이로 봐서는 성인이지만 사고방식이나 말투는 10대 같은 '이도저도 아닌 사이에 끼인 자'를 의미한다. 독일에서 둥지에 웅크린 사람을 일컫는 '네스트호커(Nesthocker)'도 같은 의미다. 이탈리아에선 엄마가 차려주는 밥상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뜻의 '맘모네(Mammone)'라는 말로도 널리 쓰인다.
극성스러운 어머니가 아버지의 가부장(家父長) 역할까지 도맡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가모장(家母長)'이란 말도 생겨났다. 자녀 교육에 올인하고, 치밀한 전략을 세우며 정보 사냥을 위해 자녀를 매일 축구교실에 데려다주는 미국의 '사커맘'도 비슷한 부류다.

극성스러움과 거리가 먼 엄마들을 가리키는 용어도 있다. 자녀의 자율성을 존중하되 일정 부분 관여하는 '헬리콥터 부모'와 반대로 멀리서 자녀를 관찰만 하는 '인공위성 부모'다.

최근에는 '치맛바람' 못지않게 '바짓바람'도 거세지고 있다. 젊은 아빠들이 자녀 교육에 적극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즉 육아에 동참하는 친구 같은 아빠를 뜻하는 '프렌디(friend+daddy=friendy)', 직장일과 가사, 육아에 적극적인 '슈퍼대디(Super Daddy)'가 그것이다.

우골탑(牛骨塔)이라는 말이 있듯이 할머니?할아버지 세대는 보릿고개를 겪으면서도 자식 교육을 위해 피땀을 흘리며 허리가 휘는 것을 묵묵히 참아냈다. 요즘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자녀교육에 목메는 엄마들이나 '기러기 아빠'가 적지 않다.

국내외에서 자식들의 골프백을 메는 아빠들이나 자신의 모든 인생을 포기하고 딸의 운동을 뒷바라지해 온 김연아 선수의 엄마처럼 좀 더 극성스러운 경우도 쉽게 접할 수 있다. 학교는 물론 취업, 직장생활까지 자녀의 인생을 좌지우지하려는 '매니저맘'이나 성인이 된 자녀의 인생을 조종하려는 '헬리콥터 맘'과 자식들을 캥거루처럼 챙기려는 '슈퍼맘 콤플렉스'로 인한 스트레스도 크다.

최근 우리나라 사회가 학벌이 계급을 넘어 신분을 결정짓는 사회가 되면서 '교육 매니저'가 된 엄마들이 늘었다. 엄마들이 자녀 입시뿐만 아니라 취직, 결혼까지 개입하는 것은 서구의 다른 우리나라 고유의 가족주의적 전통 때문이다.

이는 자식농사를 잘못 지으면 엄마 인생에 리스크가 되기 때문이다. '사업하는 자녀가 가장 무서운 자녀'라는 말이 유행하듯 결혼 후 수 십년간 애프터서비스를 해주지 않으려는 엄마들이 '취업 총력전'에 나선 것이다.

자녀의 수가 줄면서 모성이 강화된 것이라는 시각도 있으나 이는 모성이 아니라 소유욕의 강화이다. 즉, '워킹맘'은 과도한 경쟁사회가 되면서 자녀가 직업을 못 가질까 우려하는 엄마들의 '강박증'이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생겨난 것이다.
이것은 고학력 엄마들의 사회참여가 적은 것도 원인이다. 여성 고용에 대한 편견이 심해 30-40세대의 사회진출이 활발하지도, 지속성을 띠지도 못했다. 현모양처가 되는 일에 자기 능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고 시간과 물질적 여력이 남자 자식 성공을 일구는데 엄마들이 몰두해 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워킹맘은 자녀를 성공적으로 키운 엄마가 매스컴을 통해 칭찬받고 미화되면서 대다수 엄마는 심한 압박감에 빠지게 되고 이는 학원가의 비즈니스 마케팅에 불을 지피는 도화선이 된 것이다.

학원 설명회를 가면 '엄마는 교육 매니저'라고 부추기고, 정보력이 중요하다며 매니저 역할을 학습시키는 것이다. 여기에 '동료 집단으로부터 받는 사회적 압력(peer pressure)'처럼 옆집 엄마로부터 받는 압박이 거센 것도 이유다.

그러나 20대 여성들이 엄마가 되는 시대가 되면 ‘엄마 역할’은 달라질 것이다. 윗세대만큼 자녀에 애착이 없는 데다 일을 안 하면 살 수 없는 여유 없는 사회이므로 ‘학습 매니저’의 길을 걷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때문이다. 
이것은 21세기에 새롭게 부상한 분야에선 학벌보다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 같은 창의력 있는 인재가 중시되므로 엄마 역할도 크게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가족과 공공영역의 구분마저 분명치 않은 점이 있다. 지도층에 '노블레스 오블리주(도덕적 의무) 의식'도 흐릿하다. 기업 등 민간영역에선 말할 것도 없다.

옛 성현들은 자식과 제자에 대해 분명한 선을 긋고 올바른 길로 안내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너무 자기가족 위주로만 생각하거나 공적 영역에서 공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엘리트층이 많아졌다.

건강한 가정을 이루기 위해서는 부모가 원만한 관계를 갖고 있어야 하는데 아쉽게도 성격차이, 가정폭력, 외도, 경제문제, 상이한 성장환경, 이기주의, 무시?소외감, 배우자 가족과의 분쟁, 가부장적 문화 등으로 갈등을 겪는 사례가 너무 많다.

이것은 가족 내에서 자칫 상대방의 문제점만 보면서 비난하려는 욕구가 솟구칠 때 겉으로 나타난 행동 이면에 감춰진 관심사를 헤아려볼 것을 권유한다. 즉, 가족 간에 경청하는 자세가 중요하고, 서로 맞지 않는 부분이 있더라도 그대로 받아들이거나 때로는 타협하고 조정하려는 낮은 자세로의 여유로운 마음가짐이 필요한 때다.
즉, 이 시대의 부모상 부모 능력이 자녀의 경쟁력이 된 세상에서 헬레콥터맘, 피겨맘, 캥거루족 자녀, 사커맘, 알파맘, 매니저 맘 등 관련 신조어의 등장이 든든한 버팀목이지만 집착 땐 ‘짐’이 될 수도 있다. 이는 공사영역 구분 못하고 너무 가족위주 처신 땐 우리 모두 부담과 함께 상처 입을 수도 있는 사회적 비극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