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요동을 치고 있다. 자본주의 산업사회가 붕괴되고 있다. 천지개벽의 시대다. 그럼에도 그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방향설정이 결여됨으로써 오는 혼란이 더 큰 문제로 등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2008년 미국 발 금융위기는 자본주의 말기 현상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단순한 금융위기로 치부되어 선진국 경제의 장기침체와 양극화 및 빈부격차, 청년실업의 양산, 시장 쟁탈전 등으로 나타나 제3차 세계대전의 위험성마저 고조시키고 있다. 그러면 자본주의 산업사회는 정말로 붕괴되고 있는 것인가?
필자의 30여년에 걸친 연구에 의하면 자본주의 산업사회는 선진국들로부터 서서히 붕괴되고 있음이 틀림없다. 간단한 고전 경제학이론에만 의하더라도 자본주의는 4단계로 성ㆍ주ㆍ괴ㆍ공(成住壞空)한다는 것이 정설로 되어 있다. 제1단계가 ‘상업자본주의’요, 2단계는 ‘산업자본주의’, 3단계는 ‘독점자본주의’, 4단계가 ‘금융자본주의’이다. 지난 4반세기 동안 선진국들은 4단계인 ‘금융자본주의’에 진입했었다. 지금 선진국들의 금융업계가 붕괴되고 있는 것은 자본주의 수명의 종착역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사회학에서 널리 알려진 이븐 할둔(Khaldun)의 4세대 ‘사회변동 순환론’이나 평생 동안 역사 연구에만 전념했던 아놀드 토인비(Toynbee)의 제국 흥망성쇠론, 즉 ‘탄생→성장→정체→해체’의 4단계로 보았을 때도 맞는 이야기이다.
자본주의 몰락의 또 다른 근거는 상생상멸(相生相滅)의 원리에 있다. 세상만유는 그것이 물질이건 정신적인 작용이건 관계없이 쌍으로 생기고 쌍으로 사라진다는 것이 바로 이 원리다. 음과 양, 남자와 여자, 전기의 플러스와 마이너스, 헤겔 변증법의 정과 반, 선과 악, 작용과 반작용, 진보와 보수,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등 이 세상 모든 것이 서로 동시에 쌍으로 생기고 쌍으로 사라진다. 20세기 후반 공산주의가 붕괴될 때 자본주의 역시 동시적으로 붕괴되고 있었건만 학자란 사람들마저도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했을 뿐이다. 형식적인 겉모양만을 관찰하는 사람들에겐 공산주의의 몰락은 자본주의의 승리로 비춰질 수도 있었다. 공산주의의 몰락과정에서 실제 그런 논의와 평가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많았었다. 실물경제 측면에서 보더라도 선진 자본주의 산업국가에는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새로운 유효수요가 별로 없다. 그래서 소위 양적 완화, 즉 돈을 저리(低利)로 아무리 많이 풀어놓는다 하더라도 그것은 생산과잉 상태를 유발할 뿐, 수요부족으로 인하여 경제성장으로 이어지기는 힘들다. 특히 비용절감 차원에서 생산시설의 자동화와 기술의 고도화로 인하여 일자리 부족상태를 해결하기는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다.
새로운 이데올로기를 잉태한 새로운 문명사회는 필자가 오랜 연구를 통해 밝혀낸 것으로서 자세한 내용은 필자의 전집, 『한몸사회』7권에 정리돼 있지만, 한 마디로 말하면 ICT(정보통신기술), NT(나노기술), BT(생명공학기술) 등에 의해 머지않은 장래에 70억 전 인류가 눈ㆍ귀ㆍ코ㆍ혀ㆍ몸 등 오감을 모두 상호 연결, 하나의 세상, 하나의 사회, 하나의 국가, 하나의 유기체로 통합 진화되는 ‘한몸사회’ 이다. 산업사회의 붕괴와 동시에 핵심 이데올로기였던 자본주의도 서서히 사라지고, 새로운 한몸사회에서는 첨단기술과 창의력이 가장 중요해지기 때문에 이 두 단어를 복합시킨 ‘기창주의’ 이데올로기가 등장하게 될 것이다. 기창주의 한몸사회가 다가오면 우선 70억 전 인류가 ITㆍNTㆍBT 등의 기술발전에 의해 점진적으로 서로 연결되어가는 연결 시대가 오고, 모든 분야가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듯이 허물어져 새로운 열린 세상이 오며, 투명한 세상, 스피드 시대, 사이버 시대와 혈관 유통시대가 올 것이다. 또한 전자정부 시대, e행정 서비스 시대, e직접민주주의 시대도 오게 된다. 제조업은 점차 사양화될 것이고, 이어서 한몸경제시대가 드러날 것이며, 인터넷뱅킹과, 재택근무, 직장과 가정이 하나 되는 홈피스(Homffice)시대도 오게 된다. 노사관계는 산업사회의 단체협약 시대를 거쳐서 앞으로는 개별 노동자들의 창의력과 능력에 따라 개별적으로 협약을 맺는 노사 개별협약 시대로 진입하게 된다. 자본주의 이후에는 기창주의 시대가 도래하고, 명실상부한 민주시대가 오면서 자유시대, 평등시대, 법치시대, 인류가 드디어 한 몸 한 가족으로 통합되므로 전쟁이 없는 평화의 시대도 올 것이다. 인류와 지구가 한 몸이나 마찬가지이므로 친환경시대, 건강과 웰빙, 자연식시대가 도래하여 장수시대와 저 출산시대가 함께 나타날 것이다. 새 문명은 여성적이어서 여성시대가 오게 되고, 생산 공급의 과잉으로 소비자시대가 등장한다. 또한 창의적인 보각의 맞춤교육 시대가 오고, 맞춤종교의 시대도 서서히 나타날 것이다. 이어서 명상의 시대가 오고, 전 인류가 한 몸이므로 나눔의 시대와 사랑의 시대는 필연적으로 올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전 인류가 한 몸이 된다는 이야기는 70억 인류가 우리 몸 안의 60조 세포들처럼, 또는 한 가족처럼, 한 나라의 국민들처럼 변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면 당연히 하나의 세계정부가 필요해지게 될 것이다.
현재의 각국 정부는 마치 우리나라의 도(道)나 미국의 주(州) 정부처럼 한 단계씩 낮아져서 지방 자치단체처럼 되고, 세계의 231개 국가들은 연합국가로 통일되어 하나의 명실상부한 세계정부를 만들어나가게 될 것이다. 이미 지난 60년 동안 유엔이란 예비 정부가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세계 지도자들이 협의하여 선언하고 중앙집권화시키면 된다. 세계정부가 출현하면 그 위치 선정문제가 핵심 이슈로 등장할 수밖에 없다.
세계정부의 위치는 지금의 유엔이 있는 뉴욕인가? 중국과 러시아ㆍ인도ㆍEUㆍ중동ㆍ남미ㆍ아프리카 등이 절대 반대할 것이다. 세계적인 힘의 중심축이 미국으로 쏠리는 현상을 이들 국가는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 베이징ㆍ모스크바ㆍ도쿄ㆍ런던ㆍ파리ㆍ베를린ㆍ뉴델리 등 어디일까? 미국을 비롯한 다른 경쟁국들이 반대하고 나설 것이다. 타협의 결과는 EU의 벨기에처럼 크지도 작지도 않은 국가로 낙착될 수밖에 없다. 이것이 첫 번째 조건이다. 231개 국가를 하나의 세계정부로 연합시키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종교문제이다. 21세기 대제국들의 흥망성쇠를 예측했던 폴 케네디 교수는 종교전쟁을 가장 걱정했었다. 단일 종교 국가는 안 된다. 중동의 이슬람, 인도의 힌두, 유럽과 미국의 기독교 등은 세계정부의 유치를 가로막을 것이다. 결국 다종교(多宗敎) 국가이면서도 마찰과 분쟁이 없는 나라가 선호될 수밖에 없다. 이것이 두 번째 조건이다.
세계정부 위치 선정의 세 번째 조건은 다인종(多人種) 혹은 황색인종 국가여야 한다. 다인종 국가이면서 화합을 잘 이루는 국가이면 금상첨화(錦上添花)다. 그렇지 않으면 흑백의 중간이요 세계에서 인구 비중이 가장 높은 황색인종 국가로 떨어질 확률이 높다. 네 번째 조건은 다기후(多氣候), 즉 봄ㆍ여름ㆍ가을ㆍ겨울 등 세계적인 기후의 다양성을 두루 갖춘 국가여야 한다. 세계정부는 지구촌 사람들이 날로 들락날락 거리는 곳인데, 기후가 어느 한 편에 치우쳐 있으면 방문자들에겐 불편하기 이를 데 없기 때문이다. 다섯 번째 조건을 하나 더 추가한다면, 육지 절반과 바다 절반, 즉 반도지역이면 좋다. 왜냐하면 지구 자체가 그렇게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이 다섯 가지 조건을 두루 갖춘 나라는 231개 국가 중에서 유일하게도 한반도밖에는 없다. 우리가 만일 세계정부를 한반도로 유치할 수 있다면 이것은 대한민국이 세계 중심국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의미를 내포한 거대사이다. 그런 징조는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김용 세계은행 총재, 주요 20개국(G20) 의장국으로의 역할 부상, 50개국 핵안보정상회의 개최, K-POP의 세계적인 확산, 4대 국제 스포츠경기의 유치,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주는 국가로의 전환, 대형 원전의 수출, 정보통신 선도 국가로서의 자리매김 등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어떻게 하면 대한민국이 세계 중심국으로 진입할 수 있을까? 세 가지 측면에서 접근해보자. 첫째는 세계적인 차원이고, 둘째는 국가적인 차원, 셋째는 기업과 개인들의 차원에서 조명해보자.
글로벌 차원의 전략으로서는 (1)유엔을 세계정부로 전환시켜야 한다. 전환 시기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이 시기가 늦어질수록 3차 세계대전의 발발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또한 지진과 원전 폭발, 대규모 자연재해와 기후변화, 급증하는 국제범죄와 다국적 기업의 횡포, 소리 없이 진행되고 있는 자원전쟁과 영토분쟁, 환율전쟁과 패권 싸움 등을 없애고 세계평화를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하루 빨리 유엔을 세계정부로 전환시켜 중앙 집권적인 명실상부한 정부로 탈바꿈시켜야 한다. (2)전 세계의 군비를 감축시켜야 한다. 70억 전 인류가 하나의 사회, 하나의 세상, 하나의 국가나 가족과 같아지는데, 군비는 왜 필요한가? 전 세계적으로 연간 평균 1조3천억 달러씩 쓰고 있는 군사비용을 점진적으로 절약하여 세계 경제발전을 위해 사용할 필요가 있다. (3)선진국의 감축된 군비를 후진국에 투자, 가전제품을 생산케 유도해야 한다. (4)세계대전을 막아야 한다. 세계정부 아래 가칭 ‘전쟁방지 위원회’를 만들고 전쟁을 치를 능력을 가진 주요 국가의 군사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위원회를 구성하여, 어떻게 하면 전쟁을 예방하고 세계평화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심도 있는 연구와 토론을 지속해가면서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다음에는 국가 차원의 전략으로서 (1)교육제도를 새로운 문명시대에 알맞게 재정립해야 한다. 지금의 교육제도는 전적으로 산업사회의 유물이다. 공장 벨트라인에서 기계적으로 일하는 근로자들의 양산을 목적으로 하여 획일적, 주입식 교육으로 일관되어 나온 것이 오늘의 교육시스템이다. 그러나 이제 산업사회는 서서히 저물어가고 새로운 한몸사회가 도래하고 있음으로 그 사회에 알맞은 교육시스템을 개발해야 할 때이다. (2)새로운 문명사회에 맞춰 국가개발 전략을 다시 세워야 한다. 기존 대부분의 국가개발전략은 산업사회에서 만들어진 것들이다. (3)신성장동력을 발굴해서 과감하게 추진해야 한다. 신성장동력은 한몸사회 네트워킹산업, 생명공학산업, 신소재산업, 신재생 청정에너지산업, 에너지 절약산업, 전기자동차와 스마트카 등 새로운 교통산업, 천연물 신약산업, 자연식산업, 뷰티산업, 3D 프린팅산업, 문화산업, 후진국 블루오션 개척 등 다양하다. 이들 분야를 중심으로 투자를 집중하되, 산ㆍ학ㆍ관ㆍ연의 클러스터를 지방의 최적지에 만드는 등 새로운 개발전략이 필요한 때이다. (4)2년 안에 국민통합을 이루고, 3년 안에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국론이 극도로 분열돼 있고 청년실업이 심각한 상태에서 세계 중심국으로 나갈 수 있는 동력을 얻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5)세계 중심국 유치단을 구성하고 세계 한상(韓商)들과 네트워킹하면서 K-pop을 앞세워 활발한 활동을 전개해야 한다. 특히 231개 국가로부터 2~3천 명의 수재들을 스카우트하여 새로운 문명사회에 대한 토론과 연수 등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교류를 증진시켜나가야 한다. 동시에 국민 공감대를 형성시켜나가야 한다.
마지막으로 개인이나 기업과 조직의 차원에서는 (1)세계 변화를 빠르게 읽고 통찰력을 길러야 하고, (2)기업들은 과거의 ‘직원 희생과 회사성공’의 관념을 앞으로는 ‘회사성공과 직원행복’으로 바꿔야 한다. 수직적 경영체제를 수평적 경영체제로 바꾸고, 직원들을 가족화하며, 지시ㆍ감독 경영을 자율적 능력발휘 경영으로 바꾸고, 이성경영을 감성경영으로 전환하며, 동시에 나눔과 사랑의 경영체질로 바꿔나가야 한다. (3)조직들 역시 비전과 목표를 재정립하며, 핵심 가치와 명분을 찾고, 차별화와 창의력을 배양하며, 진정성 넘치는 소통과 피드백 대화를 활성화하면서 실천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워나가야 한다. 그러면 대한민국은 세계 중심국의 반열에 오를 수 있을 것이다.